한 때는, 구글의 기술을 카피 하던 아파치 하둡같은 것이 우리에게 굉장히 cutting-edge 최첨단 선진 기술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검색창 달랑 하나 있는 허접한 UI 뒤에 숨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기술만 그랬을까? 화려한 UI로 장식한 유사 서비스는 경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금은 이제 카피조차 여러운 그들과의 기술 간극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네이버 이해진 CSO (아마도 '08년도 신년사) 한마디가 있는데, 대략 요약하면 구글 맵스/어스를 대중에 공개 하기 전 각국 인터넷 회사 대표를 초대하여 보여줬고 본인은 그곳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당시 그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임직원에 긴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당시 공감한 자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요즘 왕성히 활동하는 구글의 딥 마인드는 '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수를 위해 래리 페이지가 직접 행차 하였는데 과연 당시 그가 본 것은 무엇 이었을까? TED 2014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아마 미래를 보았을거다. 현재는 거의 머신러닝에 몰빵하는 분위기인데, 내가 짐작컨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에 일각이라는거다.
아내에게 컴퓨터가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프로 바둑 기사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주었는데, 아내는 크게 놀라지 않고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마도 과거 포토샵 필터와 체스 게임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림이나 작곡, 바둑 같은 분야에서 인간이 십수년에 거쳐 학습한 결과의 수준을 몇 시간만에 학습한다는 사실. 나의 설레임은 바로 여기서 온다. 그 수준이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 세계의 최고이기 때문에.
한편, 빅 데이터 오픈소스 분야에서 개발한지 10년이 다 되어가고 기업 인공지능 팀에 속한 내가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이미 기술의 갭은 너무도 크다는거다. NIPS에 올라온 페이퍼를 보며 나 또한 알량한 엔니지어링 스킬 하나 믿고 범접할 분야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고, 도무지 돈과 인력 투입을 급조하여 밀어 부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나의 두려움은 여기서 오는데 이러한 기술의 간극으로 예상되는 것은 미처 기술을 확보 못한 기업 및 개인의 도태다. 특이점이니 뭐니 2045년을 지목하는거 같은데 내 생각엔 좀 더 빠를 것으로 본다.
우리 눈에는 그 변화가 서서히 오겠지만 1~20년 이내 급변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그 결과를 (좀 과하지만) 상상 해보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 하고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문명의 퇴행을 피하면서 엘리트 소수 그룹만 쾌적한 지구 위에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중산층과 빈곤층의 종말이다. 망상이 과하다거나 당장 죽기야 하겠나 묻는다면, 난 지금 이시각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누가 신경 쓰던가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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